'신뢰의 과학'

'신뢰의 과학'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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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과학

최근 들어 “사람은 기본적으로 복잡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사고한다” 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이 관점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들을 쉽게 설명해주거든요. 대중 매체에서 반복적으로 보이는 갈등, 사회적 판단의 단순화, 그리고 내 삶에서 실제로 마주하는 경험까지, 혹은 나 스스로를 돌아보면서도 느끼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모두 “복잡성을 피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성향”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돌아보면, 나의 회피형 성향도 이 흐름의 일부일 수 있겠다 싶습니다. 불편한 감정이나 불확실한 문제를 마주하기보다는, 덜 힘든 선택, 더 단순한 해석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싶은 마음. 복잡한 상황을 감정적으로 단순화하는 방식은 제게도 너무나 익숙한 패턴인 것 같습니다.

책에서는 신뢰가 왜 본질적으로 복잡한지 설명합니다. 그 메커니즘은 의도 추정, 맥락 판단, 편향, 정서, 관계의 역사 등이 얽혀 있어 단순한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닙니다. 역설적으로 이 책을 읽는 모두가 이것에 쉽게 공감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마도 우리의 삶의 전반에, 인간 관계의 전반에 신뢰라는 요소는 빠질 수 없기 때문이겠지요. 저도 경험상 타인에게 신뢰를 얻는 것은 고사하고, 내가 준 신뢰가 나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돌아오는 것 또한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항상 느낍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제가 바라보는 사회가 “기초 신뢰가 떨어지는 방향”, “초기 신뢰를 아끼는 방향”으로, 신뢰를 주고 받는 것에 더 수동적인 사회 분위기가 되어가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느껴집니다. 암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긴합니다. 나 또한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깐요.

그럼에도 이 책이 주는 위안은 분명하다고 느낍니다. 바로, 신뢰는 매우 강한 파급효과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복잡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사고하면서도, 본인이 받은 신뢰를 증명하려는 경향이 있고, 스스로 당당하고 싶다는 내적 동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받은 신뢰를 돌려주는 피드백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뢰는 그 신뢰가 합리적이지 않을 가능성보다 합리적일 가능성이 높고, 신뢰는 또 다른 신뢰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은 신뢰의 복잡성을 인지하고 더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며, 스스로 문을 열고 나가기를 노력하는 것들이 동반되어야하겠지만요.

저는 기본적으로 신뢰의 비용이 값싼 사람인 것 같습니다. 타인에게 취약점을 잘 드러내는 것도 어렵지 않은 편이고, 그게 결국 더 깊은 관계를 만들어준다는 믿음도 있습니다. 이런 성향은 저를 쉽게 지치게 만들고, 위반된 신뢰는 악순환으로 불특정 다수에 대한 왜곡된 불신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또,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이 책은 그 의심을 조금은 거둘 수 있게 해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진해서 순교자가 되지 않기 위해 현명함이 반드시 필요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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